[외교뉴스] 英 메이, 브렉시트 합의안 구하기 총력외교…EU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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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뉴스] 英 메이, 브렉시트 합의안 구하기 총력외교…EU는 '글쎄'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8.12.1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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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피터조 기자] 의회의 벽에 가로막힌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구하기 위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유럽 곳곳을 오가며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전날 하원에 출석, 상당한 표차로 부결 가능성이 큰 만큼 이날 예정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원에서 가장 반발이 심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며칠 동안 EU 회원국 정상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 연기를 결정한 다음 날인 11일 아침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조찬을 함께 하며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뤼테 총리와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양측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합의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영국 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전했고, EU와의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확약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상의했다"고 말했다.

뤼테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브렉시트 상황에 관해 유용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어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찬을 함께 했다.이날 오후에는 다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났다.

메이 총리는 13∼1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지도자를 만나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메이 총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안전장치' 방안이다.

메이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EU 정상들 사이에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유된 의지"(shared determination)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장치'가 브렉시트 합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하원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하기 위한 확약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다른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와 관련한 이같은 우려를 해결하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 조항을 둘러싼 영국과 EU의 입장차는 크다.

영국은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영국이 영구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법적 확약'을 원하고 있다.

▲ 사진=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메이 영국 총리.(연합뉴스 제공)

앤드리아 리드솜 영국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를 가동할지와 '안전장치'가 가동됐을 때 계속 잔류할지를 영국 의회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영국의 EU 탈퇴협정문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부록'(addendum) 형태로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방안이 브렉시트 합의안 반대세력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를 묻자 리드솜 원내대표는 "총리는 의회가 찬성할 수 있는 합의안을 얻기 위해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EU는 합의문에 손을 대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며, '안전장치'와 관련한 내용을 보다 명확화하는 작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투스크 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를 만난 뒤 EU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의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도울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메이와 이견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회동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 정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와 오랜 시간 솔직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분명한 것은 EU 27개국은 (메이 총리를) 돕기를 원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이다"라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메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더는 재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메르켈 총리는 다만 아일랜드 국경문제 해결과 관련해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메이 총리가 EU 정상과의 만남 후에도 '안전장치'와 관련한 추가적인 수정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EU는 13일 정상회의에서 '노 딜'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12일 열리는 내각회의에서 '노 딜' 준비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에 대한 보수당 내부의 불신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BBC 방송 등 영국 일부 언론들은 각각 익명의 소스를 인용해 이날 총리 신임투표를 위한 보수당 의원의 서한 제출이 기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즉 의원 48명 이상이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당 대표 경선을 해야 한다.

경선에서 승리하면 자동으로 총리직을 승계한다.

이와 관련해 이미 48명의 의원이 브래디 의장에게 서한을 제출해 의장이 12일 총리를 만난 뒤 메이에 대한 신임투표를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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