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뉴스] 中 베트남과 관계개선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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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뉴스] 中 베트남과 관계개선 모색
  • 이정호 기자
  • 승인 2017.09.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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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전쟁 배경 반전영화 개봉 연기
▲ 류윈산 중국 상무위원과 베트남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정호 기자] 1979년 중국과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중국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60)의 신작 방화(芳華·영문명 Youth)의 내달 1∼8일 국경절 연휴 개봉이 무산됐다.

25일 중신망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트남전에 참전한 중국 군인들에게 헌사된 이 영화는 당초 오는 29일 전국 상영을 준비해오다 돌연 "당국과 협의 끝에" 개봉일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영화사측은 웨이보에 "영화 당국과 관련 당사자간 논의를 거쳐 상영일자를 변경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로운 개봉일은 나중에 밝히겠다. 불편을 끼친데 대해 영화관과 관객들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이미 티켓 예매와 홍보가 진행 중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인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중국 당국의 민감함이 반영된 데다 최근 화해 기류가 흐르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간 관계도 고려된 조치로 풀이된다.

동명 소설을 개작한 이 영화는 1970∼1980년대 문화대혁명과 중국·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이상에 넘쳤던 문예공작팀의 젊은 가무단원들의 애정과 성장,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중국 영화계 한 관계자는 "이 영화가 많은 민감한 소재를 건드리고 있어 당국이 19차 당대회 직전에 상영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내달 18일 열리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은 신문, 방송, 영화, 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언론·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중국에서 1930∼1940년대 항일전쟁을 다룬 영화는 봇물을 이뤘지만 베트남과의 분쟁을 다룬 영화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리는 펑 감독은 제작팀에 이 영화가 중월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헌사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다중(大衆)망과 인터뷰에서 "관객들에게 말하려는 것은 절대 전쟁의 힘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전쟁을 찬양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전쟁의 잔혹성을 보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중월전쟁은 국경분쟁과 베트남 거주 화교 추방 문제를 둘러싸고 1979년 2월 중국군이 베트남을 전면 침공한 뒤 베트남군의 반격에 고전하다가 징벌 목적을 달성했다는 명분으로 한달도 안돼 철군했던 군사충돌이다. 당시 중국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는 등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펑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중국 청소년들에게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보라며 티켓 1만장을 나눠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젊은이들이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며 부모를 이해하길 원한다고 자신의 웨이보에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엔 톱스타 판빙빙(范氷氷)을 주연으로 내세운 펑 감독의 사회풍자 영화 '나는 반금련이 아니다'(我不是潘金蓮)도 개봉 연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마침 '방화'의 개봉 연기 결정에 맞춰 중국과 베트남간 관계도 다시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가스전 개발 문제로 냉각 상태였던 양국은 지난 6월 취소됐던 군 고위층간 4차 회담을 지난 23∼24일 베트남 라이쩌우시와 중국 윈난(雲南)성 진핑(金平)현을 오가며 개최했다.

회담에서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중국과 베트남은 전략적 의의를 갖는 운명 공동체"라며 "장기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앞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8일 베트남 공산당의 초청으로 이틀간 베트남을 공식 방문해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예방하기도 했다.

베트남이 지난 7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남중국해 자원 탐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로 중국은 근래 들어 베트남에 호의의 손길을 계속 건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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