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통신요금 내려가는데…웃지 못하는 한은
상태바
유가·통신요금 내려가는데…웃지 못하는 한은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6.25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새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 등으로 국민 생활에 부담을 더는 정책을 펴면서 한국은행은 고민이 깊어진다.

미 금리 인상과 국내 경제 성장세 등을 감안해 3년 만에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상황에서 물가 하락과 산유국 등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둔화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예상과 정 반대 흐름을 보이고 새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와 명절 고속도로 요금 면제, 실손보험료 인하 등을 추진하며 물가상승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23일(현지시간) 배럴당 43.01달러로 마감됐다. 최근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이번 주 4.4% 떨어지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가는 올해 고점(2월 23일 54.45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 사진=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새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 등으로 국민 생활에 부담을 더는 정책을 펴면서 한국은행은 고민이 깊어진다.(연합뉴스 제공)

BoA메릴린치는 국제유가 전망을 30달러대까지 예상했으며 내년에 30달러대로 내려간 뒤 장기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한은은 두 달 전인 4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50달러 초중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유가 하락은 물가 상승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은에는 고민거리다.

여기에 새 정부 통신요금 인하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건강보험과 연계한 실손 보험료 인하 등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눈여겨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대책으로) 9월부터 휴대전화 요금이 작년보다 2.5% 절감되는 효과가 나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저유가 추세에 휴대전화 요금 절감책까지 감안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로, 한은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가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이주열 총재가 최근 밝힌 대로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에 나설 명분이 약해진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하락으로 미 금리 인상이 늦춰질 가능성도 한은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BoA메릴린치는 16일자 보고서에서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등 추가 금리 인상에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설명과 달리 인플레이션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꽤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란 등으로 인해 미 정부 세제개혁과 재정지출 정책 관련 시장의 기대가 약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유가 하락과 연계되는 한은의 또 다른 고민은 산유국 및 신흥 자원국 경기 부진과 그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다.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 증가세가 약화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에도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통신요금 할인 확대•보편요금제 추진…최종안은 이달말.(연합뉴스 제공)

물가와 성장 둔화로 금리 인상이 어려운 여건이 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우리 경제 전반에 불균형이 심화되고 부담이 계속 쌓이다가 언젠가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우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 하락 자체는 원래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지금은 제조업 경기 회복 지연 신호라는 점이나 원자재 수출국 등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는 아닌 것 같다"며 "결국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세 둔화 보다는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지금은 유가 하락이나 통신비 인하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이 지연되는 것보다는 외환위기 전 남미에서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고, 이 때문에 다시 임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나 한은이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