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시장]일본에서 호텔 성공의 열쇠는 '높은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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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시장]일본에서 호텔 성공의 열쇠는 '높은 가성비'
  • 김영삼 기자
  • 승인 2017.05.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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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호텔 First Cabin 내부 전경.(사진= First Cabin 홈페이지)

[코리아포스트 김영삼 기자]일본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 조사에 의하면 일본 호텔 산업(숙박 및 호텔 영업) 시장 규모는 2014년도 기준 1조6202억 엔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2018년에는 약 2조 엔(약 20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 및 일본 시니어 세대 여행의 증가 등이 큰 호재가 돼 호텔 신규 건립 및 리모델링이 일본 전역에서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 호텔의 객실가동률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고객 유치를 위한 호텔 업계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음. 가령 숙박시설 유형 중 료칸(旅館, 일본식 시설구조 및 설비를 갖춘 숙박시설)의 경우 2011년 이후 매년 1000개소 이상이 폐업하는 추세며, 2015년에는 1238개소가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색다른 운영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을 제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설문조사 전문매체 'Lifemedia'에 의하면 숙박객이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가격으로 단순히 저렴한 숙박시설이 아닌 비용 대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숙박시설 운영기업인 시키쿠라부(四季倶楽部)가 운영하는 Shiki resorts(四季リゾーツ)는 유사한 수준의 타 숙박시설 대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객실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2017년 현재 일본 전국에 21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해당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의 가격은 모두 1인 1박당 5000엔(약 5만 원, 저녁식사 포함 시 8000엔)으로 통일돼 있는데, 동일 수준의 숙박시설 요금 대비 1/2~1/8 수준의 파격적인 요금이다.

 또한 숙박요금은 일반적으로 시기나 요일에 따라 상이한데, 해당 숙박시설의 경우 연중 언제나 동일한 가격으로 운영돼 성수기나 주말에는 더욱 높은 가성비를 제공한다.

 일본 숙박시설의 전국 평균 객실가동률은 60~70% 안팎으로 집계되는데, Shiki resorts는 약 90%의 높은 객실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운영전략은 기업이 소유하는 직원용 복지시설을 활용

 버블경제 시대(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일본 대기업 사이에서 직원의 복리후생 증진과 기업 내 자산보유를 통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리조트 시설 건립 및 보유가 유행이 됐다.

그러나 시설 보유에 따른 유지보수 및 관리 비용은 많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버블경제 종식 후 일본에 닥친 오랜 경기 불황 및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사가 보유하는 리조트 시설 처리에 골머리를 앓은 기업이 많아졌다.

 시키쿠라부는 이러한 현상을 비즈니스 기회로 포착함. 시설 유지비를 모두 해당 회사가 부담하고 시설 보유기업의 직원 이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기업이 보유하는 사내 복지용 시설의 경영 및 운영을 수탁한 것. 유휴 객실은 일반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키쿠라부는 좋은 입지에 위치한 시설을 초기비용 없이 확보함으로써 저렴한 요금으로 양질의 숙박시설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시설을 소유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휴 시설 보유에 따른 경비를 절감하면서 직원 복리후생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윈-윈이 된다.  

 가령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箱根)에 위치한 Shiki resorts는 원래 일본 완성차 업체 ISUZU가 소유하는 직원용 복지시설이었다. 시키쿠라부는 해당 시설의 경영권을 목돈 없이 확보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는데 만약 신규로 동일한 시설을 건립할 경우 약 20억 엔(약 200억 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여행의 도우미, 하타고야(旅籠屋)

1995년에 창립된 하타고야는 2017년 4월 현재 전국에 58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연평균 6~7개 규모로 신규 시설을 오픈하는 등 확장세가 두드러진다. 매출액은 약 17억 엔(약 170억 원)이다.

실제로 하타고야의 차별화 전략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입지임. 대표적인 관광지나 번화가 대신 고속도로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위치, 자동차 여행객이 동 숙박시설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여러 군데의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시설 건립비용 및 토지 임대료 등의 유지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타고야의 객실은 객실 1개를 1명이 이용하는 경우 1박에 5000엔(약 5만 원), 4명이 이용하는 경우 1만 엔(약 1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는데 가족단위 투숙객의 경우 여타 유사 호텔대비 30~50%의 가격으로 숙박이 가능하다. 이러한 요금체계도 인당 가격으로 숙박요금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 내 여타 숙박시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하타고야는 각 시설 소재지 인근 주민을 지배인으로 고용해 시설 중 일부를 지배인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는데 입지조건 외에도 이러한 경영방식이 높은 가성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다.   

캡슐호텔의 진화형, First Cabin

캡슐호텔(カプセルホテル)이란 일본의 숙박시설 형태 중 하나로, 캡슐 모양의 간이 침대를 제공하며 주로 번화한 도시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2008년에 설립된 First Cabin은 기존의 캡슐호텔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 1월 일본 관서(関西, 오사카 인근)지역 및 후쿠오카 인근지역을 관할하는 철도회사인 JR서일본(JR西日本, 시가총액 1조4000억 엔의 거대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 2022년까지 전국 100개 점포 규모로 성장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캡슐호텔은 일본의 숙박시설 중 요금대가 가장 저렴한 부류에 속하며, 싼 대신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한편 일반적인 숙박시설에는 일본 여관업법(旅館業法) 상의 각종 규제(창문 설치 의무, 객실 별로 일정 이상의 규모 확보 필수, 시건 및 문 설치 방법 규격화 등)가 적용되지만, 캡슐호텔의 경우 '간이숙소(簡易宿所)'로 분류돼 이러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다. 이 때문에 일반 호텔 대비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First Cabin은 신규 시설 건립 시 용도폐기가 된 오피스 빌딩을 개·보수해 캡슐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데 이 방법은 일반적인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경우보다 공사비용이 약 30% 절감되며, 공사기간 역시 6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또한 First Cabin은 여타 캡슐호텔 대비 요금이 비싸지만, 경쟁 상대를 여타 캡슐호텔이 아닌 비즈니스호텔이나 일반 호텔로 설정함으로써 이용고객이 높은 가격만족도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First Cabin의 요금은 동일지역 캡슐호텔 대비 30~100% 정도 높지만, 동일지역 비즈니스 호텔 대비 20~50% 저렴하다. 
 
일본 최대 여행 플랫폼 사이트 Jalan에 의하면 First Cabin에 대한 고객의 가격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점임. 3점이 적정선, 3.5점 이상이면 고득점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국으로 오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내 호텔 역시 일본인 투숙객 유치를 위해서는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 제공에 주안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014년 228만 명, 2015년 184만 명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6년 230만 명을 기록했는데 2017년 2월까지 19만 명이 방문해 전년동기대비 28%가 증가했다.
 
 일본의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가성비(일본에서는 흔히 cost performance에서 유래한 'コストパフォーマンス', 'コスパ'라는 표현을 씀)를 기준으로 숙박시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가격대비 만족도가 일본인 투숙객 유치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호텔은 대부분 방한 일본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의 일본인 투숙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호텔 업계의 성공사례는 일본인 투숙객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에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요코인(東横イン), 솔라리아 니시테츠호텔 등의 일본 호텔 체인이 한국에서 영업 중임. 서울 명동 및 부산에서 영업 중인 솔라리아 니시테츠호텔에 의하면, 현재 해당 호텔의 투숙객 중 대부분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에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며, 카지노법안 통과(일본 내에서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레저시설 운영을 가능하도록 함), 중저가 항공사의 일본 취항 촉진 등 관광산업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어 숙박업의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숙박업은 일본 진출 유망 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경쟁기업 대비 높은 가성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일본 시장에서의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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