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로봇 가득찬 美 공장…개발능력 유럽·일본에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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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로봇 가득찬 美 공장…개발능력 유럽·일본에 뒤져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7.03.2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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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미국이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유럽과 일본에 크게 밀리고 있어 실지 회복에 부심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로봇 팔과 디지털 기계장비, 정밀포장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신축적 산업용 자재" 부문에서 유럽과 일본, 스위스 등을 상대로 지난해 41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흑자는 내고 있지만 이는 주로 부품, 정밀성이 떨어지는 기계를 개도국들에 수출한 덕분에 이뤄진 것이며 첨단 장비는 대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산업용 기계업종 단체인 VDMA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를 상실하고 있다. 지난 1995년 미국 기업들은 국내 수요의 81%를 차지했지만 2015년 현재는 점유율이 63%로 크게 후퇴했다.

미시간주의 정밀 부품 제조업체인 비커스 엔지니어링이 직면한 상황이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2006년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려 했던 이 회사는 미국산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유럽과 일본산 가운데 택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계는 디지털화와 소형화, 주문형 제품의 생산이 산업용 기계 분야의 혁신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산 자동화 설비의 공급선이 부재하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의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인 노블 플라스틱의 미시 로저스는 혁신적인 기계 공급선을 알아보기 위해 산업 전시회를 찾곤 하지만 매년 유럽과 일본 업체들만 마주친다고 말했다.

중국이 로봇을 포함한 10개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발표한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지난해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가 독일의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한 바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첨단 제조업을 주도하는 입장이었고 디트로이트가 최전선을 이루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1961년 뉴저지주 트렌턴의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 공장에 설치됐었다. GM과 포드 자동차는 1970년대 내내 로봇을 시험해보고 있었고 GM은 1982년 일본의 파눅과 로봇 생산을 위한 합작 회사도 차렸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국의 제조업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당시는 수요 부진과 달러화 강세, 전략적 실책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미국 기계장비업체 10곳 중 7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극도의 침체에 시달렸다.

▲ 사진=독일 쿠카의 산업용 로봇.(연합뉴스 제공)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되면서 미국 제조업계의 위상 추락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지속됐다. 자연히 산업용 기계 분야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공장 자동화 기술의 퇴보를 재촉한 것이다. 리서치 회사인 IHS 마킷의 알렉스 웨스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제조업 기술 분야에서 두뇌 유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본과 유럽에서는 전자와 의약품 등 각종 산업의 수요가 기술 발전을 이끌었고 정부도 활발히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도요타와 BMW 같은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은 높은 인건비를 줄이고 품질 개선을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에 혁신을 주문하고 있었다.

GM은 경영 부진에 시달린 끝에 1991년 일본 파눅에 로봇 합작회사의 지분 절반을 매각했다. 파눅은 그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GM이 필요로 하는 산업용 로봇은 거의 전량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미국도 이런 현실을 마냥 방관하지는 않고 있다. 2014년 미국 제조업 활성화·혁신법이 의회에서 채택된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연구소와 대학, 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관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1월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런 대학에 14번째의 연구소인 '첨단 로봇제조혁신허브'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가 주도하는 이 연구소는 중소기업을 위한 자동화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산업 자동화 설비는 대기업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미국 자동화발전협회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미국의 중소 기술기업들 사이에서 자동화 부문의 혁신을 지향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자동화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지난해 스웨덴과 독일의 3D 금속 프린팅 기업들을 15억 달러에 사들였고 테슬라 자동차는 독일의 공장 자동화 전문회사인 그로만 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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